2020/01/12(일) 교황 무오설 김동길
별로 쓰이지 않는 영어 단어 중에 하나가 Papal Infallibility이다. 우리말로 옮긴다면 로마의 교황은 절대로 잘못을 저지를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중세 천년은 로마 가톨릭 교회가 서구 사회의 주도권을 차지하고 있었고, 베드로의 후계자인 교황은 절대 과오를 범할 수 없다는 것이 교황과 교황청의 변함없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로마 교황청의 권력과 부패를 비난하고 공격하며 영국의 위클리프를 비롯해 독일의 마틴 루터, 프랑스의 칼빈 같은 선구자들이 나타나 그리스도교에 새로운 기대의 문을 여는 종교 개혁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교황도 실수를 할 수 있다는 것이 2020년 정월 초하루, 바티칸의 광장에서 증명되었다. 그 날 그 광장에 모인 수많은 교인들 사이를 헤치고 지나가면서 교황 프란치스코는 많은 일반 사람들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나도 그때 어느 여성이 교황과 악수를 하고 그의 손을 빨리 놓아주지 않는 모습을 TV로 보게 되었다. 물론 큰 잘못이었다. 교황은 화가 난 표정으로 그 여성의 손을 두서너 번 때리고 아주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사라졌다.
그러나 교황 프란치스코는 강론 때에 그 사실에 대해 사과하였다. 내가 보기에 교황도 보통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었다. 베드로도 그런 잘못을 저지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그도 역시 보통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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